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드라마 같은 파격적인 상황이나 철없는 그 시절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가끔 승현이 집에 놀러 오면 우리는 한 침대에서 자기도 했고 정림이는 내게 예쁘고 참한 친구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날도 나는 승현이 집에서 놀다 함께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배가 아파 잠에서 깼다. 나의 신음에 깨어난 승현이와 정림이는 비상약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승현이는 새벽에 문 연 약국이 있나 동네를 다녀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러자, 정림이가 내게 말한다.

"성호야, 내가 어머님을 통해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너를 위해 기도해줄게."

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뜻밖의 소리였으나 너무 아픈 고통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기도를 허락했다.

"하나님, 성호가 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어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오니 성호가 배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순간! 고통이 사라졌다.

"정림아, 안 아파, 어, 신기하다. 고맙다."

우리는 새벽의 소란을 뒤로하고 피곤한 몸을 다시 침대에 누이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