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9장

PARK SUNGHO
기타를 잘 치면 행복할까, 오토바이로 바람을 가르면 행복할까?
행복은 성취의 순간 찰나로 지나가고 나는 다시 행복을 갈망하며 산야를 헤맨다.
내 고향은 두메산골 나마이라네~

난 경상북도 영주 이산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서울에 올라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내 삶을 담았던 고향의 시간들은 빛바랜 사진들로만 추억된다.

청덕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매일 밤 나는 아버지의 못다 이룬 인생의 시간들을 채우며 지새운다.

여덟 살의 어슴푸레한 저녁! 가출을 한 뒤 쳐다본 밤하늘의 별들은 어린 내 가슴에 차가운 이슬을 적신다.

비 내리는 날! 처마 밑에 삼 남매가 나란히 서서 아버지가 부르길 기다리고 있고, 골목길 돌담에 있는 말벌들과 폭음탄을 들고 전쟁을 벌이고, 북한산 기슭에 화형 당한 어미 쥐를 묻어 주며 명복을 빈다.

화창한 봄! 일주일간 무단결석을 통해 북한산 기슭에 핀 봄의 생명들과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늦은 가을밤! 초겨울의 스산함이 느껴지는 물속에 잠기어서 잠을 쫓으라는 군주와 맞서본다.

암사동의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개구리를 잡으며 뛰어놀다, 동산 기슭에 피어난 할미꽃이 참 예뻐 보여 한참을 들여다본다.

늦은 밤! 삼 남매를 안고 우시는 만취하신 아버지의 품 속에서 난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로 당신의 눈물을 다시 보았으며, 외할머니의 영면을 앞두고 이사 간 행당동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운치가 있었고 난 그 골목길에 피어나는 사람 냄새가 좋았다.

쥐약 먹은 고양이를 위해 비눗물을 만들어 먹여 살려주었으며, 아랫집 곰보 아주머니 아들과 첫 싸움을 했고 내 안의 가득한 투사 기질은 나를 포효케한다.

수업 시간! 뒷자리의 여학생이 내 등에 글자를 적는 느낌이 좋았고, KBS 합창단에 있는 여학생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우리 반 남자아이들과의 힘겨루기에서 난 승리한다.

새운 눈이라 놀리는 짝꿍을 삼세번 경고 후 무섭도록 혼내주고 선생님에게 받은 사내다움이란 말은 내게 남자의 포부를 가지게 했고, 그 짝꿍과 선을 그으며 다투었던 시간들은 내게 첫사랑의 풋풋함을 추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