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9장

PARK SUNGHO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약속, 반전, 창업
에피소드 1 : 창업과 약속

며칠 전, 아셈타워에 파견 중이던 내게 디자인 실장이 찾아와 디자인실의 별도 창업(이직)을 제안한다.

요지는 대표의 부도덕한 기업 운영으로 인한 실망감으로 깨끗한 토양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난 즉답을 피하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사실 대표의 부도덕성에 대한 내 관점은 관대(?) 했다. 기업 CEO 중 도덕성이 청렴한 자들이 몇이나 된다고, 나의 입사 동기는 대표이사의 도덕성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기에 한 톨의 실망이나 후회 따윈 없었다.

대화 후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갑자기 내 마음에 지난 디자인 실장과의 면담 때 했던 얘기와 장명이 훅 떠오른다.

"훗날 실장님이 창업을 하시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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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디자인 실장과 가진 개인 면담 자리 말미에 개인사업 적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다 마무리 멘트로 진담 밤, 농담 반했던 얘기인데 당사자는 기억도 못 할 저 순간을 갑자기 마음에 떠올리게 된 건 아마 성령님이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난 이 문제로 고뇌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 종특 '나중에 밥 한번 먹자~'라는 수준으로 갈음해서 무시하고 싶은데 성령님은 내 마음에 그 약속의 크기를 자꾸 키워가신다.

최근 부서 분위기는 나를 제외한 대다수가 분사에 함께 하기로 의견을 모으게 되고 나를 제외한 몇몇 팀장들은 디자인 실장과 함께 사무실 공간을 알아보며 분사를 위한 실행적 활동으로 바빠 보인다.

20대가 대부분인 저들은 사업을 해보지 않아서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마냥 꽃길 같지만 충분한 자본금이나 투자 없이 디자인 실장이 업계 인지도가 높으므로 창업만 하면 중견 기업들에게서 오더가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나 본데 위험한 상상의 나래로 보인다.

license : Park Sung Ho's picture
에피소드 2 : 드라마같은 반전

며칠이 지나고 난 많은 고뇌 끝에 창업(이직)에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디자인 실장에게 창업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회신했고, 이 약속의 실천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고도 기대된다.

농담도 반이지만 진담도 반인 약속이다. 난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키는 삶을 지향해 왔고 하나님도 언약(말씀의 약속)대로 구하고, 찾고, 두르리는 내게 성령으로 기름부어주셨다.

며칠 후, 동원 훈련을 받고 있던 중 디자인 실장으로부터 드라마 같은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순간, 나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창업(이직) 참여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디자인실의 창업 이슈로 대표 면담 시 두산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 성과, 팀장 워크숍에서 1등으로 발표한 능력 등을 높이 사며 기획실로 부서 이동 후 함께 성장해 보자며 만류하였다.

나 또한 기획실에서 나의 능력을 함양하면서 회사의 성장에 일조하고 싶으나 약속된 바가 있어서 아쉽고 미안하지만 회사를 떠나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영업, 기획, 개발도 없이 디자인 경쟁력만으로 얼마나 버티겠냐? 20명이면 한 달에 급여만 수천만 원인데 몇 달은 무급으로 버틴다고 해도 그게 얼마까지 가겠느냐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주며 설득에 이르렀다고 한다.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나와 디자인 실장은 미팅을 가졌다.

몇 달 전 3분 스피치를 통해 시작된 회사 내 '복음 깃발 꼿기'를 통해 부서 내 예배 모임이 생겨났고 어릴 적부터 믿음 안에서 신앙을 다지던 디자인 실장은 사회생활을 통해 무디어진 신앙의 뿌리가 나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꿈틀대며 도전받고 있던 시간들이었다.

디자인 실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기도한다.

"성령님!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 마음과 입술을 주관해 주세요. 저는 회사에 남고 디자인 실장은 업계 인지도가 높으니 헤드헌팅을 통해 이직하면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마음에 성령님이 감동주셔서 창업에 동참하게 하신 건 제가 모르는 당신의 계획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요? 식어버린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다시 회복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영혼을 절벽으로 몰아붙인 건 인도하심인가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대화에 제 마음과 입술을 주장해 주세요."

동국대학 강의실에서 태웅이와 논쟁하기 위해 기도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나와 디자인 실장의 삶의 기로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디자인 실장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실장님! 함께 하기로 했던 동료들이 등을 돌리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하나님이 당신의 선택에 함께 하신다면 그 걸음에 축복과 기적이 있을 것이요.

세상이 나와 함께 하더라도 하나님이 등을 돌리신다면 그 모든 것은 사람의 수고요 눈물일 뿐입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디자인 실장은 앞으로 자신의 삶을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2B' 이 회사는 이런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2021년 12월 24일 '2B' 창업일에 지난날 적어 둔 글들을 정리해 본다.